노동조합의 쟁의행위와 손해배상
작성 : 김진(해밀 아카데미분과 간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요 약
쟁의행위를 이유로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극심한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과도한 손해배상소송은 노조간부를 조합원들로부터 분리시키고 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제기되는 경우가 많고, 해고투쟁에 대한 대응수단, 조합원들에 대한 위하효과를 노리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법리적으로 살펴보면 ⅰ) ‘쟁의행위란 원래 위법한 것’이라고 전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당행위로 인정되는 범위가 너무 좁아진다는 점, ⅱ) 책임의 주체가 지나치게 확장된다는 점, ⅲ) 책임질 손해배상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첫째, 쟁의행위는 노동조합(주체)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노무제공 거부(방법)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주로 ‘절차’와 ‘목적’이 문제된다. 절차적 요건은 행정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인정되는 것이므로 절차 위반에 대해서는 행정적 조치를 부과하는 것으로 족하고, 그로 인해 쟁의행위 전체의 정당성이 상실된다고 볼 수 없으며, 절차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유력하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은 쟁의행위의 목적의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는바, 이로 인해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인력감축과 근로조건의 악화를 초래할 공기업 민영화, 담당업무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정책 등에 반대하는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부정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역할을 극도로 축소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둘째, 쟁의행위가 위법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손해배상책임의 주체가 문제되는데, 1차적으로는 단체로서의 노동조합이겠으나, 쟁의행위를 기획․주도한 노동조합 간부와 단순 참가한 조합원들에게도 책임이 부과되는지가 문제된다. 판례는 노동조합 간부 개인과 노동조합을 부진정연대채무관계로 보아 손해 전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일반 조합원의 경우 단순 참가한 것만으로 노동조합 또는 조합 간부들과 함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 노조간부의 개인 책임은 부정되거나 2차적 보증책임 정도로만 인정되는 것이 타당하며, 평조합원의 경우에는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반대 견해가 있다.
셋째, 불법쟁의행위라고 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할 때 손해배상의 범위와 계산 방법이 문제된다. 대법원은 “불법쟁의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모든 손해”라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제도의 목적은 손해의 전보에 있는 것이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가 불법행위를 빌미로 부당한 이득, 즉 실제 입은 손해액 이상을 배상받도록 허용해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사용자는 파업으로 인해 부당하게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며, 통상의 경우 고정비용은 불확실한 영업활동의 결과(매출이익의 발생)를 통해 그 전부 또는 일부가 환수되는데 비하여, 쟁의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영업 또는 매출이익의 발생과 무관하게 전액이 보장되는 결과가 되어 사용자측에 지나친 혜택을 주고 과다한 이익을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와 손해배상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쟁의행위 논의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논의의 중심을 ‘주체’나 ‘손해의 범위’가 아니라 ‘쟁의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되는 범위의 합리적 제한의 문제’로 옮기고, 접근방식을 ‘면책’에서 ‘권리’로 변경하는 것이다. 쟁의권을 권리로 인정하고 권리남용 등 권리의 행사에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와 불법행위의 성립을 위한 고의ㆍ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책임유무를 가리는 방식을 취한다면, 이는 불법쟁의행위의 인정범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관점에서 출발하여 “파업권의 정상적인 행사에 따른 통상적인 피해를 손해배상의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쟁의권과 불법행위 책임과의 조화를 도모하는 방식”을 취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둘째, 기존 판례를 통해 쟁의행위 정당성이 부인된 사례들에서 가장 많이 문제되는 것은 ‘정당한 목적’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보는 것인데, 특히 정리해고(구조조정) 철회와 같은 ‘경영․인사사항’은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이 정리해고 실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경영권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침해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노동조합이 정리해고 반대를 위한 쟁의행위를 한다고 하여 경영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처럼 경영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의 범위를 확대하기 시작하면,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교섭과 단체행동 권리 인정은 모두 경영권 침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셋째,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법원은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데, 손해의 주장과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에게 있고, 손해배상을 인정함으로써 헌법상 기본권인 쟁의권을 크게 제한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손해 범위는 더욱 엄격한 입증을 요구할 필요가 있게 된다.
넷째, 위와 같은 해석론뿐만 아니라, 쟁의권이 원칙적으로 근로자에게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합법적인 권리임을 전제로 하는 전면적인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이전 국회에서 논의되기도 했고, 현재 국회에도 여러 법안이 계류 중이며, 시민사회 단체에서도 심화된 논의가 진행 중인바, 쟁의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되는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그 책임을 제한하는 방향의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 위 내용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와 손해배상 」의 요약본입니다.
전체 내용을 보시려면 아래의 첨부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