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 창간호 01. 해밀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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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연구소장 / 김지형

 

 

 

누구라도 하루하루가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 ‘해밀’에게 ‘오늘’은 뉴스레터를 처음 낸 날로 기억될 것이다. 뉴스레터가 앞으로 전하는 소식은 해밀의 여러 활동과 유익한 노동법률 정보 등이 될 것이다.

 

소식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이 있다. ‘희망을 전하는 소식’과 ‘절망을 전하는 소식’이 있다. 해밀 뉴스레터에는 ‘좋은 소식’, ‘기쁜 소식’, ‘희망을 전하는 소식’이 꽉 채워졌으면 하고 소망한다. 그러나 이렇게 소망부터 앞세우는 것은 우리가 맞이하는 현실이 그만큼 우리의 소망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다는 역설적인 예감 때문일 것이다.

 

대법원이 지난 11월 13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에 대하여 판결을 내렸다. 지난 해 12월 18일 갑을오토텍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판결에 이은 주요 노동사건 판결이다. 쌍용자동차 대법원 판결은 한마디로 ‘사용자는 경영사정을 내세우기만 하면 자유롭게 정리해고를 할 권리를 가진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갑을오토텍 대법원 판결은 ‘노사합의가 근로기준법의 강행법규에 위반하더라도 사용자의 경영사정에 따라 유효할 수 있다’는 낯선 선례를 남겼다. 노동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사용자의 ‘경영사정’이라는 발밑에 놓이게 된 형국이라면 지나친 비유일까?

 

법원은 나에게는 30년 가까이나 익숙했던 곳이다. 그 법원을 나와 3년 넘게 법원 밖에서 법원을 바라보고 있다. 때로는 내가 변호사로서 관여한 사건을 통해서, 때로는 위 두 판례와 같이 이러저러한 사건의 판결을 통해서이다. 그런데 그 속에서 자꾸만 ‘내 옛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게다가 그 때마다 ‘내가 예전에 참으로 많은 업(業)을 쌓았구나’ 하는 낭패감에 젖곤 한다. ‘고통 받는 이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면서 함부로 내지른 말이 얼마나 오만에 가득 찬 생각이었던가를 뼈저리게 느낀다. ‘산을 나와야 산을 바라볼 수 있다’는 어느 시인의 시어(詩語)를 절절이 공감한다. 다시 돌이킬 수 없으니 더욱 죄스러울 뿐이다.

 

남겨진 일은 업을 씻어내는 일이다. 다행히 앞으로 나에게는 아직 많지는 않더라도 시간이 남아 있다. 해밀과 함께,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해 나갈 일이다. 옛 일을 거울삼아 조력자, 안내자, 조정자의 일에서도 가능성을 찾아볼 일이다. 참다운 노동법을 발견해 나가는 길에 새로운 이정표도 세워 나갈 일이다. 그러다 보면 비는 이미 왔더라도 땅은 더욱 굳어져 있을 것이고 고개 들어 맑게 갠 하늘도 쳐다볼 날이 오지 않을까? 그렇게라도 소심한 위안을 가져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