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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 제5호 01. 해밀칼럼


노동판례 읽기의 세 즐거움

    



해밀 연구소 아카데미분과장

도재형(이화여대 교수)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저녁 7시에는 노동법연구소 해밀의 노동판례연구모임이 열린다. 그날이 되면, 아카데미 회원들은 법무법인 지평의 10층 회의실에서 모여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출판된 노동판례리뷰를 재료 삼아 노동법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 나 역시 이 모임에 참석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이 글에서는 내가 지난 1년 동안 노동판례연구모임에서 경험한 세 가지 즐거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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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즐거움은 노동법을 공부하는 이유를 얻는 것이다. 모순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법학 교사로서 공부를 업()으로 삼다 보니 이따금씩 내가 왜 노동법을 공부하는지 그 이유를 잊어버리곤 한다. 공부를 시작할 무렵의 즐거움이나 변호사 때 느끼던 긴장감은 사라지고 그것을 마치 일상의 일처럼 여기는 것이다. 어떤 때는 초심을 잊고 지엽적이거나 개인적인 욕심과 경쟁심에 글을 읽고 쓰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이런 나태한 마음을 깨워주는 게 노동판례연구모임이다. 그곳에서 노동 판례를 읽고 아카데미 회원들과 얘기를 나누는 기회를 통해 다시 노동법을 공부할 수 있는 힘, 예컨대 노동법이라는 학문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사명감, 노동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연대감, 그리고 내가 여전히 공부가 필요한 노동법학도라는 자각 등을 얻는다.

 

두 번째 즐거움은 노동법을 공부하는 사람과의 인연이다. 노동법을 공부하는 사람 중에는 나쁜 사람이 없다. 공부를 한다는 일이 기본적으로 선량한 마음이 필요한 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노동법 공부는 특히 그 시작이 노동을 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그렇다. 노동법연구소 해밀의 창립 회원들이 찾고자 한 노동법이야말로,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고, 소유하는 자가 소유하지 않는 자를 지배하는 불합리한 자연 상태로부터 세상을 구원하는, 그래서 법률이 사람과 사회를 얼마나 역동적으로 형성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진정한 규범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노동판례연구모임이고, 그곳에서 우리는 노동법이 안겨준 첫 사랑의 설렘을 잊지 못하고 서성이다가 마침내 운명처럼 서로를 알아보[게 된다]”(노동법연구소 해밀 창립선언문).

 

세 번째 즐거움은 함께 먹고 대화하는 것이다. 금요일 저녁 약간 허기져 회의실에 도착하면, 곧바로 따뜻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식사를 마친 후 조금 여유롭게 노동 판례를 읽고 아카데미 회원들과 토론하며 김도형, 최은배 변호사님께서 들려주시는 사건의 뒷얘기, 김홍영 교수님의 학설 변천사를 듣다 보면, 어느덧 대화는 뒷풀이 장소로 이어진다. 회원들은 회의실을 나와 곧장 서대문 맛집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음식을 나누고 얘기하며 세상일과 노동법을 배운다. 모든 공부가 그렇듯이 노동법 공부 역시 스스로 읽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공부는 벽을 깨고 진리를 향해 전진할 수 있다. 이를 돕는 역할을 음식이 하곤 하는데, 이 점에서 해밀의 노동판례연구모임은 훌륭한 공부의 장소로 기능하고 있다.

 

짧은 글이나마 위와 같이 노동법연구소 해밀의 노동판례연구모임의 세 가지 즐거움을 얘기해 보았다. 그런데 이 모임에 오기 위해서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해밀 아카데미를 수강해야 한다. 비용도 들지만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매달 한 번씩 불금에 공부를 하러 서대문까지 와야 한다. 이것 역시 바쁜 일상에서 쉽지 않은 결심이다. 이런 노력을 하면, 위 세 가지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더욱 많은 아카데미 회원들이 노동판례연구모임에 와서 이것보다 더 많은 즐거움을 찾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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