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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 제3호 02. 지금 해밀에서는

 

02 해밀포럼 참가기 / 도재형 교수님과의 만남

 

최용근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

 

 

안녕하세요. 저는 법무법인 시민에서 근무하고 있고, 해밀 아카데미 2회 수료생이기도 한 최용근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서나마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실 날씨는 아주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오전에 두 시간 넘게 구치소 접견을 다녀 온 터라 온 몸에 진이 빠지기도 하였고, 오후에 무거운 상담을 마치고 나니 그저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달콤한 맥주 한 잔, 누워서 읽는 책 한 권의 여유가 저의 오감을 간지럽혔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유혹을 이겨내고, 차를 서대문으로 돌렸습니다. 오늘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해밀 포럼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차는 반포대교를 지나 용산을 거쳐 남산터널을 넘고 있었습니다. 차창에 비친 서울의 풍경은 익숙했지만, 차창 너머 잠시 잊고 있던 몇몇 의뢰인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기간제 계약과 파견계약을 넘나들며 정규직의 꿈을 버리지 못했던 의뢰인, 매년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지만 단 한 번도 본인이 기간제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의뢰인, 11개월짜리 근로계약을 요구받고도 어쩔 수 없이 응할 수 밖에 없었던 의뢰인까지. 판결문을 받아 들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슬펐던 기억들을 정리할 즈음 저를 태운 차는 서대문에 도착했습니다.

 

제7차 해밀포럼은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도재형 교수님께서 “기간제 근로계약과 고용 보호 법제”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여 주셨습니다. 해밀의 작은 자랑거리인 김밥을 한 입 베어 물고 오늘 포럼에 참석하신 분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이 해밀 포럼 역사상 가장 많은 분이 참석한 자리라는 말씀을 전해 듣고, 도재형 교수님에 대한 많은 분들의 깊은 팬심(fan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발제문과 별도로 준비해 오신 PPT를 중심으로 발제를 진행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외환위기 및 고용 유연화 정책에 따른 기간제 근로계약의 확산,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고용 보호 법제의 도입과 기간제 근로계약의 감소 등을 간단히 언급하신 후, 기간제법하 갱신 기대권 법리의 유효성, 기간제법의 위헌성, 기간제법의 목표, 최근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평가, 기간제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입구규제 방식으로의 전환 등에 대하여 교수님의 의견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이후 이어진 여러 문답은 포럼에 참석하신 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정부는 이른바 노동시장 개혁을 국정 하반기 핵심 정책 과제로 설정하여 강력히 추진겠다는 의사를 여러 경로를 통해 예고한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판 하르츠 개혁이라며 그 필요성과 적절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부의 정책 방향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충실하게 반영한 것인지는 적지 않은 의문이 듭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 문제, 손쉬운 해고의 문제 뿐만 아니라, 기간제 근로계약과 관련한 사용기간의 연장 등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용의 유연화”라는 명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쉽게 직장을 잃더라도 쉽게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구조 없는 “고용의 유연화”는 결국 “해고만의 유연화”로 귀결되게 될 것이고, 고통의 사회적 분담은 고통의 일방적 전가로 전화될 뿐입니다.

 

롤스는 그의 저서 「정의론」에서, 무지의 베일이 가정된 원초 상태 하에서 합의되는 일련의 법칙이 정의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무지의 베일 뒤의 그 누군가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을 원하는가, 기간제 근로를 원하는가를 묻는다면 그 답은 자명합니다. 「송곳」이라는 만화의 주인공이 이야기하였듯, 우리는 “벌 받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포럼을 마치고 체력의 한계로 뒷풀이는 미처 참석하지 못하였지만, 제가 일전에 포럼의 뒷풀이에 참가해 본 경험상 아마도 포럼에서만큼 다양한 의견이 술 한 잔에 녹아들어 나누어졌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와 같이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다음 번 포럼에서 또 뵙겠습니다.

 

잡문이 길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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