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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 제4호 02. 지금 해밀에서는

 

02 제7회 해밀 아카데미 수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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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웅 (변호사, 해밀 아카데미 7기)

 


해밀 아카데미 수료한 지가 벌써 한달이 되었네요. 김지형 전 대법관님께서 제7회 해밀 아카데미 첫 시간에 “본다는 것은 만남이고 보고, 만나고 서로 아는 것은 관계입니다. 관계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라며,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에 나오는 ‘이양역지(以羊易之)’라는 고사를 인용하며 해 주신 말씀이 먼저 떠오릅니다.

 

난생 처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과목은 법학개론. 이제 갓 대학교에 들어 온 신입생들에게 법학의 각 분야에 대한 씨앗을 심어 주는 과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새내기들에게는 덜 겪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만난 이 학생들은 좀 덜 아픈 시간들을 보냈으면 했습니다. 헌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원내대표 비서관으로 2년 반 동안 일하면서 겪은 일화들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강의했습니다. 민사법, 형사법도 제가 직접 수행한 사건들을 예를 들어가며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금전소비대차는 은행 사내변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법은 대기업 법무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느낌’ 살려서 강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동법이 문제였습니다. 학부 때 노동법 강의를 수강한 이후로 변호사시험 선택과목도 노동법이 아니었고, 노동 관련 사건도 한 건도 수행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때 마침 제7회 해밀노동법 아카데미 안내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노동법도 ‘느낌’있게 강의할 수 있겠구나. 새내기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에 바로 등록을 하였습니다.

 

첫날, 김지형 대법관님의 노동법리의 법적논증 과목을 들으면서, 대법관님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에 처음 놀랐고, 그렇게 방대한 내용들을 차분한 호흡으로 편안하게 풀어나가시는 모습에 두 번 놀랐습니다. 법적논증이란 ‘논거’를 제시하며 이유와 결론을 밝히는 것이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그 말씀이 새롭게 다가왔고, 법적 판단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말씀을 깊이 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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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강의 강의를 빠지지 않고 다 들었습니다. 중간에 몽골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다행히 하늘이 도우셔서 출국이 금요일, 귀국일이 화요일이라 개근이 가능했습니다. 경기도 일산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할 일이 남았어도, 대표님이 아직 퇴근을 안하셨어도, 6시 땡!하면 칼퇴근하고 달려왔습니다. 아직 잘 알지는 못하지만 노동법의 얼개가, 씨앗이 제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노동사건을 접해도 그 ‘주소’는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으로 묶어주신 강의안 모음집을 ‘지도’ 삼아서 더 깊은 쟁점과 판례는 제가 search 하고, 법적인 논증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내용들을 압축적이고 쉽게 풀어 가시는 각각의 강의도 좋았고, 저녁으로 준비해 주신 김밥과 샌드위치도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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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출퇴근재해’에 대한 조별토론 시간에는 출석률이 저조하였습니다. 아마도 토론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고 보이는데, 사실 토론은 큰 부담이 없었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은 ‘법적 논증’과 ‘법적 논증이 아닌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샘플 판례로서, 대법관님들의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는 참으로 흥미로운 판결이었습니다. 토론은 강의 이후에는 뒤풀이 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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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회원들은 5개의 조로 편성되어 멘토링이 이루어 졌습니다. 제가 속한 3조는 김진 변호사님이 멘토였습니다. 멘토님이 진짜 맛있는 수제맥주도 사주셨고, 마지막날에는 교수님, 변호사님, 연구위원님까지 함께하셔서 양꼬치&칭따오 등으로 이어지는 흥겨운 뒷풀이로 마무리했습니다.

    

 

제7회 해밀 아카데미에서 노동법을 만났고,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길에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해밀’은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이라는 순 우리말이라고 합니다. 암울한 소식들이 많은 요즘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해밀 아카데미를 통해서 저도 조금은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오늘도 길은 다시 시작입니다. 맑게 갠 하늘을 향해 함께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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