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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 제5호 02. 지금 해밀에서는

 02 해밀포럼 참가기



반전의 매력, 해밀과의 인연의 시작 해밀포럼

 

최설미 변호사

 

시작이 무엇이었을까요. 돌이켜보면 어느 날 학교 공익법률센터에서 보낸 메일 한 통이 시작이었습니다. ‘노동법연구소 해밀에서 좋은 강연이 있으니 참가신청을 해주십시오라는 메일이었지요. 당시에 로스쿨에 입학한 새내기였던 저에게는 노동법연구소’, ‘포럼이라는 단어는 어렵게 느껴지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감히 노동법의 자도 모르는 제가 참여하기는 힘든 포럼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그 때는 그 포럼이 해밀에게도 첫 포럼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포럼이 시작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유명하신 신권철 교수님이 발표하시는 자리여서 교수님의 팬이라고 자부하는 동기들과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 20141010일이었습니다. 신권철 교수님께서는 정신질환과 노동 : 종속과 배제를 넘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셨지요. 매우 딱딱하고 어려울 것만 같은 자리였는데 막상 와보니 모두 함께 동그란 책상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왜인지 따뜻했던 모임. 그것이 해밀 포럼에 대한 첫 느낌이었습니다.


* 해밀에 첫 발을 디딘 두번째 해밀포럼의 모습입니다. 벌써 4년 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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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2014.10.31.에 열렸던 파업과 손해, 그리고 질문들 - 쟁의행위의 권한과 책임이라는 주제의 공동심포지엄, 2014.11.14.에 은수미 국회의원님의 노동에 대한 정치적 고민이라는 주제의 제3차 해밀포럼, 2015.5.15.에 박화진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국장님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제6차 포럼, 2015.7.10. 도재형 교수님의 기간제 근로계약과 고용보호법제라는 주제의 제7차 포럼, 2015.8.18.에 있었던 위로공단 무료상영, 2015.9.11. 노중기 교수님의 한국 노동문제와 해결과제라는 주제의 제8차 포럼, 그리고 2017.3.24.에 있었던 장동환 변호사님의 차별적 처우에 대한 일고찰이라는 제15차 포럼까지. 로스쿨 생활 내내 시간이 될 때마다 해밀 포럼을 찾았습니다. 3학년 때에는 변호사시험 준비에 치여 메일로 포럼 안내가 올 때마다 가지 못함에 슬퍼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해밀포럼도 어느덧 4년차의 15차 포럼이 되었고, 저도 어느덧 로스쿨을 졸업하였지요.


* 2014년, 은수미 의원실과 함께 주최한 공동심포지엄 제1세션의 모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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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동심포지엄에 이어 세번째 해밀포럼의 발표를 맡아 주신 은수미 의원님 포럼 당일에 참석해서 자기소개를 하고 있는 사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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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밀 포럼에 오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무엇이 발길을 이곳으로 이끌었을까요? 이 글을 쓰며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밀포럼은 이유를 찾지 않아도, 왜인지 모르게 열린다고 할 때마다 당연히 가고 싶은 곳이었으니까요.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시작은 신권철 교수님이었으나 결국엔 해밀이라는 공간과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해밀의 그 분위기, 사람들,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모르는 저 같은 사람조차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곳.

 

노동이란,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갔던 시위현장에서의 노동이란,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의, 힘이 없는 자들의, 권력에서 밀려난 자들의 몸부림이었습니다. 개개인으로는 그 힘이 미약하여 연대를 하고 맞서는, 거대한 권력에 대한 무서움을 연대로 극복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아직도 어떤 노동가의 가사가 생각납니다. ‘단결만이 살 길이요, 노동자가 살 길이요. 내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그러나 점차 자라가면서 느꼈던 사회의 일반 사람들에게서의 노동이란 과격하고, 폭력적인, 무서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단자. 사회에 순응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그래서 외면하게 되는 사람들.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이라는 단어는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입시, 고시라는 핑계로 이를 외면했던 것 같습니다.

 

해밀은 반전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푸근한 분위기의 편안한 사람들, 그러나 사회적으로 매우 저명하신 분들, 또 그러나 가슴속에 노동에 대한 강렬한 고민과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하는 곳. ‘비가 온 뒤에 맑게 갠 하늘이라는 해밀의 뜻처럼 그런 하늘을 꿈꾸는 사람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고 가진 것, 이룬 것이 많은 사람들임에도 노동이라는 이름 아래 이를 고민하고 이를 나누기 위해 모인 사람들.

 

그래서 해밀은 저에게도 애써 외면했던 노동을 마주할 용기를 주었습니다. 아직은 미약하여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해밀 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사람들처럼 멋지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노동법이 참다운 노동법이기 위해서는 노동의 문제가 있는 곳에 노동법이 진정한 해답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 문구를 오늘도 가슴에 새기며 앞으로도 해밀 포럼이 더욱 발전하길 소망해봅니다.



 * 위로공담 단체관람 후 감독님과 함께 찍은 단체샷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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