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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 제3호 02. 지금 해밀에서는

 

01 해밀포럼 참가기 / 박화진 고용노동부 국장님과의 만남

 

정관영 (법제처 사무관, 변호사)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우리 노동계의 화두입니다. 노동시장법 내지 고용보장법 영역은 노동법의 제3의 영역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현실은 복잡하게 꼬여 있기만 합니다. 법이론은 이제서야 정립되고 있어, 급변하는 현실을 따라가기엔 벅차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5월 15일 박화진 고용노동부 국장님께서는 우리 노동시장이 처해 있는 모습을 구체적인 정책자료를 통해 종합적이면서도 세밀하게 진단해 주셨습니다. 한 시간 남짓 짧은 시간 동안, 노동시장에 관한 정책적 논의와 방향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현실문제를 천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누가 과연 현재 노동시장정책의 배경과 전망을 이렇게 자세하면서도 명료하게 설명하실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노동시장의 현실과 배경의 맥을 짚어주셨습니다. 국가는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 낮은 고용률, 고학력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 부족, ‘경단녀 현상’ 같이 저조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기업규모와 고용형태 사이의 늘어가는 격차, 높기 만한 생계형 자영업자 비율, 노동소득분배율의 정체,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고령화 등 복잡다단하게 꼬여있는 사회경제적 현상을 도표와 그래프, 수치로 알기 쉽게 정리해주셨습니다.

 

우리 경제성장 속도는 둔화되는 반면 중국과 같이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국가들은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고용비중은 변화하고 있으며, 다수인 중소기업 일자리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이고, 정규직·비정규직과 중소기업·대기업의 격차는 이중적이고 중첩적으로 늘어가는 양상임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 노동시장은 낭떠러지 끝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고용절벽’에 멈춰서 있었습니다.

 

후반부에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방향과 전략, 최근 논의, 향후 나아갈 방향도 제시해주셨습니다. 외벌이에서 맞벌이로, 평생직장에서 평생고용으로, 연공급에서 직무능력급으로, 장시간근로에서 일과 삶의 균형으로, 기업복지에서 국가의 사회안전망으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으므로,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을 모색해보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상반된 두 입장도 균형있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해밀 포럼에 몇 번 참석해보았지만 이번처럼 여러 시각에서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진 경우도 많지 않았습니다. 강연 자체가 매우 포괄적이고 알찬 내용인지라, 노동시장정책과 이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현실에 관한 어떤 질문을 드려도 내실있는 답변을 주실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참석자들에게 생겼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노동시장정책에 대한 쟁점과 입장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노동현장과 고용현실 속에서 일하고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다양한 관점도 더해졌습니다.

 

저는 강연 내용 중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고용형태 격차가 심각하다는 점에 주목해서 국장님께 궁금한 점을 여쭈었습니다. 그간 저 스스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만 크다고 여겼을 뿐, 상대적으로 기업 간 격차 문제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국장님은 기업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정책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정책 등 경제정책 수단도 복합적으로 사용될 필요가 있음을 설명해주셨습니다.

 

강연의 말미에서는 작년 말부터 진행된 노사정위의 최근 논의도 소개해주셨습니다. 노사정이 고통을 분담해서 청년고용을 확대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활성화하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남용을 억제하고, 고용안전망을 확충하고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며, 임금체계개편 등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을 개선하자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노사정이 공감대를 형성해왔음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나 이견도 커서 결국 노사정위의 대타협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기간제와 파견규제의 문제,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의 문제, 해고의 기준과 절차 명확화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입장차는 여전했다고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노사정위의 논의가 결렬된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번 노사정위의 출범당시부터 비관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입장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대타협을 포기할 수만은 없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행정부와 국회가 정치적 리더십을 가지고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 가지 못하는 모습이 제일 답답했습니다. 아울러 노사,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공론과 대화를 위해 자신의 입장을 양보하고 ‘타협할 용기’가 부족한 것도 아쉬웠습니다. 언론과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심도있는 논의도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노동법학의 문턱에서 짧은 이론으로 노동현실을 비춰보기 시작한 제게, 이번 포럼은 대단히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열정적이시면서도 탁월한 설명은 감동적일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국장님의 카랑카랑한 경상도 말씨는 귓가에 생생합니다. 어려운 내용도 쏙쏙 들어오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박국장님 같은 분께서 현직에 계시니 노동시장정책이 합리적으로 추진될 것이란 기대를 다시금 가져 봅니다.

 

안개 속처럼 뿌연 노동현실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포럼이었습니다. 하루 빨리 우리도 사회적 공론과 대타협을 거쳐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는 정책이 추진되는 날을 상상해봅니다. 그때를 앞당기기 위해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보며 글을 줄입니다. 좋은 포럼을 만들어 주신 박화진 국장님과 해밀, 참석자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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