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상단.jpg

 

 


제2호  01.해밀칼럼

김성수 부소장.jpg

해밀 연구소 부소장 

김성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기대한다.

 

 

  최근에 퇴임한 신영철 전 대법관의 후임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장은 검사출신인 박상옥 형사정책연구원장을 지명하였다. 대법관 13명 중 한명 정도를 검사 출신으로 구성하곤 했는데, 안대희 대법관 퇴임후 사실상 공석이 된 점을 고려한 듯 하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박상옥 후보자가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담당검사로 재직하면서 가해자 축소조작에 관련된 당사자로 정의수호의 최후 보루가 되어야 할 대법관의 자격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대법관 중 절대다수를 이른바 엘리트 경력의 판사 출신으로 충원하면서 검사 출신을 한 명 정도 끼워 넣는 현행방식에 대하여도 문제를 제기하였다. 판사나 검사의 경력 없이 변호사로서 법률업무에 20년 이상 종사하면서 인권옹호 활동에 참여한 두명의 변호사를 후보자로 추천하기도 하였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외견상 대법원장은 자신의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대법관을 제청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법관은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구성원으로 그의 판단은 우리 사회의 가치와 나아갈 방향을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행정부나 국회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한 법이나 정책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분쟁에서 무엇이 진정한 법인가를 밝히는 막중한 사명이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대법관의 자질은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며 그 구성 역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도 국회의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서 이런 검증이 시도되기도 하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검사출신의 대법관 선임을 위해서 후보를 찾는 과정에서 일부 고위급 검사들이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고사하였다고 하니 이런 절차가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법상 분쟁과 관련해서 살펴보더라도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은 필요하다.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본 것처럼 노동사건이 대법원의 주요 사건으로 다루어지는 일도 적지 않은 편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가 시작된 이래 대체로 근로자측 주장 보다는 사용자측 주장이 더 많이 인용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판단의 근거로 종종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없다는 논리가 제시되기도 한다. 이런 경향이 새로운 건 아니다.


  과거 이용훈 대법원장 임기 중에 통근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지가 문제된 사건에서도 7인 다수 대법관의 의견은 사실상 기업의 경제적 부담 가중을 이유로 해서 원고 주장을 배척하였다(2005두12572). 그에 반하여 5인의 소수 대법관 의견은 달랐다. 소수의견은 출퇴근이라는 행위나 과정이 누구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며, 어떤 법적 관계로부터 비롯된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한 점에서 다수의견과 차이가 있다. 출·퇴근 행위란 노무 제공을 위해 주거지와 근무지 사이를 왕복하는 행위라고 파악했다. 그리고 출퇴근은 근로계약에 따라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으로 인식했다. 더욱이 근무지나 출·퇴근 시각은 근로자가 자유로이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사업주의 결정과 방침에 구속”된다. 즉 근무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며 출·퇴근 시각 또한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논증”에 따르면 출퇴근은 근로계약에 따른 사용자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수반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공무원의 출퇴근 재해를 공무상 재해로 취급하고, 대기업체 근로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통근버스 이용 중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포함하는 것에 비하여 형편이 어려워 통근차 이용이 불가능한 영세업체 근로자가 배제되는 것을 고려해 보면 평등원칙 위반에 따른 위헌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2013년에 9명 중 5명 재판관이 위헌 취지의 헌법불합치 의견을 제시하였다(2012헌가16). 물론 아직도 위 대법원 다수의견의 판례는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대학교수 재임용 제도에 대한 사법심사 역시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부정되다가 결국은 인정하는 것으로 변경된 바 있다. 비교적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되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2003. 2. 27 선고 2000헌바26)이 선행된 뒤에야 대법원이 뒤늦게 판결을 변경하였다(2004. 4. 22. 선고 2000두7735). 만일 대법관 구성이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도 좀더 잘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좀더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뉴스레터하단.jpg